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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 + 명화전기

참조 & 곡 링크 :  http://mikstipe.tistory.com/2460495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보려고 한다..

 

1)과연 이 사람의 음악을 단순 3류 디스코 메들리로 봐야 할 것인가?

트로트가 그렇게 싸구려 음악으로 취급받게 된게 80년대로 알고 있다. 분명 초기의 트로트는 서민의 삶을 가장 구구절절하게 대변해주는 하나의 음악적 장르였다. 느린 4박자 리듬과 가슴속을 파고드는 가사는 서민들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수단이었기도 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정부가 앞장서서 트로트가 왜색이 짙다는 둥의 논리를 내세웠고(일본의 엔카와 한국의 트로트를 단순 비교하는건 분명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엔카와 트로트는 다르다는게 내 입장이다.물론 뿌리는 엔카와 트로트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서양의 Fox-trot 리듬을 받아들여서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가는 과정이다..둘이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고 정작 음악을 들어보면 느낌만 비슷할 뿐 세부적인걸 하나하나 따져보면 의외로 다른면이 많다..당시 이대교수셨던 황 모 교수님께서 트로트는 왜색음악이다 라고 주장하면서 까지 트로트 음악을 뭉갠걸 보면..참으로 가슴이 아프다..엔카는 엔카고 트로트는 트로트이다. 더군다나 트로트가 엔카의 아류다 라는건 더더욱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여튼..그렇게 트로트가 3류 쓰레기 취급을 받던 중 강병철과 삼태기라는 그룹에 의해 이른바 메들리 음악이 나오게 된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첫번째로 등장한 강병철과 삼태기는 삼태기 메들리라는 노래로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된다.

 

일정한 리듬을 타면서 노래를 신나게 쭈욱 이어나가는 능력을 보여준 노래인데..어쩌면 이 노래의 최대 부작용인 각 노래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모두 없애버리고 균일한 리듬으로 통일시켜버림으로서, 각각의 노래가 가지고 있던 분위기를 신나는 분위기 하나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운전할때 좋은 음악, 작업할 때 좋은 음악 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게 맞지 않나 싶다...(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리고 디스코 메들리의 운명은 모두가 알다시피 고속도로 메들리 라는 신흥시장으로로 빠지게 된다..(하지만 분명 고속도로 메들리 시장도 상당한 시장잠재력이 있는 무시 못할 시장이다..)

 

이박사의 음악이 다시 부각된건 98~99년도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이박사의 음악 역시 단순한 메들리 음악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박사 음악의 다른 스타일이 딱 하나 있었다면..그건 바로 독특한 음색과 노래 사이사이에 넣어주는 추임새 때문이었다. 때마침 한국에 테크노 열풍이 불던 때라 신디사이저 하나만으로 연주하는 이박사의 음악은 단순한 리듬과 신디의 힘으로 은근한 인기를 얻게 된다..

 

먼저 이박사의 음악이 상륙한건 일본이었다. 95년 일본의 인디 레이블에서 월드뮤직의 한 장르로서 한국의 디스코 메들리를 CD화해서 수입판으로 소개한 것이 인기를 끈것이다.(일본에 디스코 메들리란 장르가 생소했던 시절이었다.)그래서 소니뮤직이 전격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사실..이박사 음악은 그다지 큰 특징은 없다. 여흥구의 반복과 신디사이저의 단순함..다소 듣기에 거북한 목소리..무엇하나 다를바가 없었지만..내가 이 하나의 앨범만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바로 한국에서 낸 이 한장의 앨범 때문이었다..

 

Space Fantasy 1집 앨범..

이박사의 일본에서 취입한 앨범인 '뽕짝대백과사전'을 그대로 가져왔다..(여기에 Space Fantasy와 가재발이 작업한 곡이 추가됐다..)

이 앨범이 일본에서 왜 떴냐하면.

일본에서 알려진 곡들을 모두 이박사 스타일로 통일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한국민요로 시작해서 Village people-YMCA를 찍고 일본의 어지간한 대중음악을 다 커버를 하다못해 Spitz의 음악과 East End,Pink Lady를 거쳐서 다시 한국민요로 마무리 했기 때문이다..

장르도 가리지 않았다..엔카부터 디스코,스카(특히) 다 커버를 쳤다..

그 복잡한 음악들을 신디사이저 하나로 4박자 리듬으로 끝내버렸으니 단순함의 미학이 일본에 몰아치던 그때 (일본에 메들리 장르라는 음악이 없다.)하이라이트 부분만 딱 집어서 적당한 여흥구로 몰아세우니...그것도 죄다 한국어로 가사를 바꿔버렸다...웃기게...

일본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한건 당연한 일 아니었던가.

 

이 앨범이 일본에서 공전에서 히트를 치고 난뒤 일본의 저 유명한 덴끼 그루브와 명화전기가 그의 음악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희한한 일렉트로니카 장르로 자리잡게 된다.

 

우리나라가 그냥 평범한 디스코 메들리 가수의 한 사람으로 봤던동안.. 일본에선 일렉트로니카의 장르로 살짝 발이라도 담궜다는 사실이다.

 

메이와덴끼와 이박사가 같이 작업한 곡이 바로 '나는 우주의 환타지'이고, 그 곡이 한국에 들어와서

다시 '가재발'과 같이 작업한 곡이 '스페이스 환타지'이다.

'가재발'은 바나나걸을 제작한 DJ 이진원이다...

 

전체적으로 일본에서 발매된 '뽕짝대백과사전'은 그 옛날 한국의 고속도로 풍을 그대로 따왔다면

한국에서 출시된 '스페이스 환타지'는 가재발이 적절히 리믹스를 해서 나름 세련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게다가 스페이스 환타지 앨범에 실려있는 O-bang 이라는 곡은 하드코어 테크노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구나 라는 느낌까지 가질 수 있었다. 이곡은 가재발이 연주하고 이박사가 피처링하였다)

 

Space Fantasy 그리고 일본판 나는 우주의 환타지 O-bang은 꼭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2)하지만 잃어버린 정체성! 

1집이 한국에서 나오고 2집이 다시 출시되었다. 2집은 일본에서 발매된 뽕짝으로 키가 5cm 크다 앨범과 한국에서 작업한 곡들이 2cd 형태로 출시되었는데..2집부터 뭔가 정체성을 잃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침없이 내뱉는 보컬이 아닌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냄새가 강하게 났기 때문이다. 애써 쇳소리를 감추려는 느낌이 오히려 역하게 느껴졌었다..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고 인위적인 냄새가 났다. 게다가 1집에서 나왔던 느낌도 사라진 그냥 남이 써준 곡을 그대로 부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그래도 2집은 들어줄만 했다..3집부터는 특유의 특징이었던 이박사 메들리 디스코도 사라지고, 일렉트로니카도 아닌 그냥 평범한 대중음악 가수로 전락해버렸던 것이다. 거디가 여전히 남들이 다받는 보컬 트레이닝 받은 티까지 나버리니 도저히 특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캐럴은 들어줄만 했는데.....

 

 

 

다시 그의 전성기가 올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디 하나 들춰메고 정제되지 않는 목소리로 시원시원하게 쭉쭉 나오는 국악풍 목소리...

분명 이 장르는 일렉트로니카와 접목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컴백을 전심으로 바라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등장한다면 웃음지을 수 있겠는데.

 

내가 봤을땐..이박사의 음악은 (몇 몇 앨범은) 너무 저평가 되있거나

3류 취급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분명 특징이 있는 음악이고..우리나라에서 저렇게 된 케이스가 거의 유일무이 한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3)결론 - 단순함과 야생성 그 경계에 서서..

 트랙백한 원문의 글을 누르면 명화전기와 작업했던 I Am Space Fantasy 곡을 들을 수 있다.(구하신 분께 무한한 존경을..)

명화전기..악기를 직접 만들어 연주하는 사람들...단순함과 야생성의 끝....이미 만들어져 있는 악기가 아니라

'내가' '내 멋대로' 만든 악기를 가지고

'내 멋대로' 연주를 하고
'내 멋대로' 노래를 하고..


결국 노래란게 다 그런거 아니겠나? 흥겨우면 그냥 부르는거고...부르면 즐겁고, 즐거우면 흥이 나고
그러다보면 이렇게도 가고 저렇게도 갈 수 있는거 아니겠는가.